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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 최태성

by 밤보우 2024. 7. 8.

‘역사의 쓸모’를 읽고 우리는 지식이든 물건이든 쓸모가 많아야 환영받는 세상에 살고 있다. 요즘은 쓸모 있는 것을 남보다 얼마나 더 많이 가졌는가? 로 성공을 가늠하는 세상이다. 고유의 스토리로 승부를 봐야 하고, 쓸데없다고 버려진 이야기들이 사실은 참 '쓸 데 있음'을 증명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역사는 아득한 시간 동안 쌓인 무수한 사건과 인물의 기록이다.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의 삶과 그 과정에서 형성된 문화의 흥망성쇠가 담겨 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고, 역사 속 인물의 선택에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역사 속에 들어가서 인물들과 만나면 좋다. 그들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지고, 나라면 어땠을까? 하고 내 삶에 대입시켜서 답해본다. 그러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얻지 못했던 것을 얻을 수 있다. 생애를 쫒다 보면 주인공의 인생에 나의 인생이 겹치면서 내 삶을 돌아보고 미래를 그려보게 된다.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공부이다. 고대부터 근현대까지의 긴 시간 안에 엄청나게 많은 삶의이야기가 녹아 있다. 그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절로 가슴이 뛴다. 가슴 뛰는 삶을 살았던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고민과 선택과 행동에 깊이 감정을 이입한다. 그런사람들을 계속 만나다 보면 좀 더 의미 있게 살기 위한 고민, 역사의 구경꾼으로 남지 않기 위한 고민을 하게 된다. 아무리 힘든 세상에서도 자신의 삶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것이 바로 역사의 힘이다. 비록 당대에는그들의 노력이 결실을 보지 못했지만, 역사는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역사는 실체가 있는 희망이다. 인생이라는 항로에서 방향키를 놓치지 않는다면 언젠가 나의 노력도 수레바퀴와 맞물려 순풍이 불어오듯 결실을 맺는 때가 있을 것이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만큼 나의 선택은 타인 1, 타인 2...... 그들과 연결된 타인 100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한 사람의 선택이 사회의 문화를 형성하고, 그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시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신분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운 폐쇄적인 골품제 나라인신라에서 비주류인 김춘추와 김유신을 등용한 선덕여왕의 행동은 이미 혁신이었다. 신라와 이웃하지 않은 나라인 당나라와 손을 잡는다는 것도 새로운 발상이었다. 선덕여왕이 세웠던 비전대로 가장 약하고 힘없는 나라인 신라가 최후의승리자가 되었다. 선덕여왕은 위기를 극복하는 것뿐 아니라 최종적으로 자신이 일반부 장려 역사의 쓸모 / 최태성 30 무엇을 바라보고 나아가야 할지 그 목표를 정해서 앞서 나간 것이다. 잘 나가던 잉카 제국이 100년 만에 무너진 것은 대 항해 시대에 새로운 땅을발견하고 그곳을 정복했던 인물인 프란시스코 피사로(Francisco Pizarro)에 의해서다. 180명의 군사에 제국이 무너진 것은 피사로의 치밀함도 한몫 했지만, 잉카황제 아타우알파(Atahualpa)의 오만과 무지가 결정적이었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이,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을 멈추면 그저 관성에 따라 선택하고 관성에 따라 살게된다. 바로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돌아볼 때 우리는 늘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미 있는 물건이나 기술의 새로운 쓸모를 발견하는 것도 창조이다. 최초의 기술이나 최고의 기술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영향력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고 하기 전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자유로워지고 편안해질까를 고민해야한다. 그런 고민을 바탕으로 한 창조만이 오랜 시간 생명력을 가지고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며 세상을 바꿔 나간다. 외교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자세는 패를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협상이란 이처럼 서로가윈윈할 수 있는 조건을 찾는 일이다. 섬세한 감각을 발휘해서 상대의 패를 읽으며상대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상대의 진짜 속내는 무엇인지를 알아차려 양쪽 모두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제안을 해야 한다. 배짱을 가지고 섬세하게 상대를 관찰하면서 본인의 패를 놓지 않는다면 결국 원하는 것을 얻게 되리라고 역사는말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사람과 대화가 잘 통하지 않고, 자꾸 갈등이 생긴다면 그 관계는 서로에 대한 몰이해에서 시작된 것일 수 있다. 서로의 사정을 모르다 보니 선택을 이해할 수가 없고, 그러다 보면 미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역사는 단절되는것이 아니며, 서로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아 쉽게 갈등이 생긴다.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만을 강조한다면 이런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진다. 누구의 주장이옳고 그른가를 판단하는 일보다 선행되어야 할 일은 상대가 왜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를 헤아려 보는 것이다. 역사를 공부함으로써 서로의 시대를, 상황을, 입장을 알게 된다면 우리의 관점도 달라진다. 타인에 대한 공감은 바로 그곳에서 시작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거의 모든 문제는 체면과 실속 사이의 갈등으로 정리된다. 체면을 지키자니 왠지 손해를 보는 것 같고, 실속을 챙기자니자존심을 구기는 것 같다. 시대와의 불화로 나락에 떨어졌을 때 이렇게 된 가장큰 이유가 무엇일까? 를 고민하고, 사회와 자신에 대한 인식과 비판의 불을 항상환하게 밝혀야 한다. 그러면 지금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이 눈에 보일 것이다. 어쩌면 '나'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자신의 인생만큼은 대안 없이 성급하게 비판하거나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31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만이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조금이나마 바꿔 나갈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늘어날 때 높게만 보이던 벽도 무너지게 된다. 인생은 단 한 번 주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더욱 해답에 목말라 있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기 위해 책을 읽고 조언을 듣고 때로는 직접 부딪쳐가면서 답을 구한다. '삶은 이런 거지.' 그런 귀중한 목표를 찾아가는 과정만으로도 우리의 하루는 이전보다 더욱 충만하게 채워진다. 비교는 오로지 나 자신과만 해야 한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더 낫기를, 또 오늘의 나 보다 내일의 내가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 우리의 삶은 어떤 계기로든 변할 수 있다.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한 걸음 내딛어봐야 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한 도전이고, 무엇을 위한 용기인지 알아야 하며, 그 최종 종착지는 동사의 꿈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삶에서 길을 잃기 십상이어서, 스스로생각하지 않으면 주변에 휘둘리게 된다. 우리는 주위 사람들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면서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저 좋아 보이는 것만 따라간다. 내 꿈을 이루는 행복보다 더 큰 행복은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때이다. '아,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구나.'내 존재가 가치 있다고 느낄 때야말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을 얻는다. 인간은 관계를 통해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꿈은 더 행복해지기 위해 꾸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꿈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자신만의 자리를 발견하는 힘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각 시대만의 과제라는 건 당대의 많은 사람이 고민하고 해결하고자 했던 그 무엇, 그 시대 사람들의 꿈이다. 개항기 사람들의 꿈은 신분 해방, 일제 강점기에는 조국 해방을, 현대에는 빈곤 해방을 위해 노력했다. 다음 세대에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겠다는 꿈을 꾸고 시대의 과제를 해결했다. 지금 현재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제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 빈부 격차 문제를 해결하는 것,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사회, 환경 문제, 교육 문제이다. 답을 찾지 못할지라도 계속 고민하며 살아야 한다. 마음을 굳게 먹고 중심을 잘 잡고 있어야 비교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나의 색깔과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정하고 굳건하게 가야 하는데 혹시 잘못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불안할 때가 있다.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살아낸 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세부적으로는 다를지 몰라도 그 궤적은 같다. 자기만의 중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어떤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갔던 사람들이다. 오랜 시간 동안 존경받아 온 역사 속 인물들을 만나다 보면 자긍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사람들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쫒아가다 보면 그들이 굉장히 단단한 중심을 갖고 삶을 살아냈다는 걸 느낀다. 자아정체성이 확립되면 다른 사람으로 인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누가 뭐라 해도 내 존재를 긍정하고 내가 하는 일에 자긍심 32 이 생긴다. 그렇게 생겨난 자긍심은 물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자긍심과 달리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상처받지 않을 힘이자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힘이다. 역사에서 인간의 자유는 늘 이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역사의 수레바퀴이다. 역사를 통해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도 해야 한다. 도처에 갈등 요인이 널려 있는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에게는 당면한 문제에 나의 온도를 몇 도로 맞출 것인지 조절할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다. 나의 뜨거움이 많은 사람에게 자유와 행복을 선사하는 의미 있는 것이라면, 역사의 수레바퀴가 향하는 곳으로 힘을 더하는 일이라면 더욱 온도를 높여 뛰어야 한다. 제국에서 민국으로, 백성에서 시민으로의 변화를 이끌어냈던 사람들이 일제의 폭압에 항일운동으로 맞섰다면, 우리는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여러 위험에 무엇으로 맞설 수 있을까? 작은 관계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나눌 수 있는 도움을 주다 보면 분명 나와 우리가 행복한 사회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