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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폐허를 응시하라 / 레베카 솔닛

by 밤보우 2024. 7. 8.

<폐허를 응시하라, 그러면 곧 그들의 민낯이 보일 것이다.> 레베카 솔닛의 <이 폐허를 응시하라>는 작가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 책이다. 작가는 재난 속에서의 인간의 다양한 면모를 책으로 써 내려갔다. '재난'은 사람들의 생사를 가를 수도,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그리고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본연적인 질문을 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재난을 맞이한뉴올리언스의 국민과 정부에 대한 모습을 담아냈다. 책 속 사람들의 공동체의식과 국가 모습은 어쩌면 우리가 믿고 싶어 하는 내용과는 다소 상반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고,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는 감히 값을 매겨질 수 없다고, 사람들은 말하곤 한다. 하지만 작가는 그들의 가치가 무책임한 정부와 국가에 의해 떨어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자국민이 안전한 삶을 영위하도록 보호해야 하는 정부는 재난의 혼란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국민의 희생을 관망했고, 불필요한 희생을 막지 않았다. 책 속에 '그들은 정말로 버려졌다. 이것은 엄청난 범죄요, 국가적 수치였다'라는대목이 나온다. 이 글귀를 통해 느껴지듯, 뉴올리언스의 정부는 자국민들에 대한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과연 국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점을 던진 대목이었다. 그리고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국가가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에 대한 민낯이 드러났다고 생각된 부분이었다. 우리는 흔히 필요 없는 것을 칭할 때 그것을 버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뉴올리언스 국민이 더 이상 필요 없는존재가 되었기에 버려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이 대목은 실로 여러 상념에 잠기게 한 부분이었다. 그동안 내가 생각하고 있던인간의 가치는 감히 버려진다는 말로 표현될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동시에작가가 무엇을 의도하고 이러한 책을 썼는지에 이해하게 되었다. 작가는 재난이라는 폐허를 응시하고, 그들의 민낯을 밝혀낸 것이다. 무능력한 정부, 책임감 없는 정부에 대한 비판을 독자로 하여금 결단 내리게 한 것이다. 물론 비판이라는 작가의 의도는 책 속에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을 정도의 수준을 가진 독자라면 작가의 일반적인 판단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으로써 독자는 작가의 의도를 좀 더 심층 깊게 파악하고 결단 내릴 것이다. 일반부 장려 이 폐허를 응시하라 / 레베카 솔닛 33 불필요한 희생을 막을 수 있었던 정부와 대중매체는 뉴올리언스 공동체 사람들의 연대의식과 희생정신, 이타적인 마음을 헤아려 주지 않았고, 그들을 궁지로 내몰며 간접 살인을 행했다. 하지만 이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삶을 지켜낸 뉴올리언스 국민은 오히려 공동체 혁명의 단적인 예가 되어 주었다. 대중매체는 뉴올리언스 국민의 시신을 생중계하고, 그들에 대한 기사를 자극적으로 꾸며 내었으며, 정부는 자국민들에 대한 지원의 손길을 거절했다. 그렇게 뉴올리언스 국민은 점점 고립되어 갔다. 뉴올리언스 국민은 자신들의 상황을 이해했으나 돈이 없거나 노인이라는 이유로 재난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신 그러한 상황에서 그들은 이타적인 마음을 발휘해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정부는 우리를 마치 짐승처럼 갇히게 했지만 가장 의외의 장소에서 지금까지 보아온 중에 가장 위대한 인간애를 보았어요"라는 대목은 서로가 서로의 자리를 애인으로 채워주었다는 것을 보여준 대목이었다. 사람들은 극악의 상황이었지만 이타심을 발휘했고, 자발적인 단체를 형성해 노약자들을 보호했다. 모두가 힘들고, 모두가 지친 상황, 정부는 국민을 외면하고, 대중매체가 그들을 폭력과 강간, 일탈을 일삼는 깡패라 칭할 때, 그들은 남을 위한 길을 앞장서 걸어 나가고 있었다. 특히, 이 대목은 뉴올리언스 국민이 폐허를 응시한 후에 그들이 한 행동으로 그들의 민낯을 드러낸 부분이라고 생각되었다. 이타심이라 함은, 자기보단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과연 모두가 죽음의 위기에 처해있을 때, 이타심이란 것이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의 모범적인 답이 되지 않을까한 부분이었다. 모두가 뉴올리언스 국민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할 때, 그들 스스로는 이타심을 챙겼다. 이는 놀라움을 주는 동시에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애인의 감정을 극대화로 끌어내 주었다. 또한, 이 책은 인종주의자들, 자본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주변 상황에 대한 민낯을 밝혀낸 책이라고 생각된다. 흑인이기에 폭력을 일삼을 것이고, 살상을 일으킬것이며 문제의 중심에 서 있을 것이라 믿은 사람들, 자본이 있다는 이유로 죽음의 위기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을 통해, 독자들이 재난이라는 폐허를 응시하게 했고, 그들과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의 민낯을 바라보게 했다. 물론, 처음부터 비판적인 의도를 가지고 쓴 글이라는 점을 보면, 중립적인 관점이흩트려질 수 있는 책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의 목숨을 전제로 쓴 책이라는 점만 두고 바라본다면 작가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고도 생각된다. 앞에서 말했듯이 모든 인간은 그 존재만으로 고귀하다. 그리고 국가의 주인인국민을 챙기지 않은 정부의 실체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뉴올리언스 국민을 살렸다는 이유로 더 큰 다수의 희생이 발생되지 않는다면, 어떠한 이유가 되었든 간에 국민의 희생을 방관한 정부를 옹호해 주긴 힘들 것이다. 34 따라서 나 또한, 작가의 의도에 동의하는 바이다. 작가는 뉴올리언스의 상황에 빗대어 공동체의 혁명과 사회적인 유대감,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 그리고 정부의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더 나아가 현재에도 재난은 발생하고 있고, 그 재난을 어떻게 응시하고 대처하고 있는지는 나라마다 다르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폐허를 응시하면 그들의 민낯은 머지않아 밝혀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고 생각한다. 재난과 폐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발생하고 있고, 상황을 대처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기적인 모습이든 이타적인 모습이 되었든 간에 그들의민낯은 밝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자,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러한상황을 대비하는 것 또한 우리가 해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혜롭고 슬기로운 정부는 재난에 대해 자국민의 희생을 막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실제로그러한 정부도 있을 것이고 말이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대부분의 국가가 재난속에서 국민의 희생을 방관할 것이라 여긴다면, 그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치우친 관점에 독자 또한 너무 이끌려가지 않길 바란다. <이 폐허를 응시하라>는 국민과 국가가 재난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해야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책이다. 언제 어떻게 재난은 우리의 곁으로 올지 모른다. 그리고 그러한 재난은 결국 우리가 책임져야 할 몫으로 돌아올 것이다. 즉, 그에 맞서 싸워야 하는 주체가 우리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와 우리가 함께 그 주체가 되는 이상적인 상황 또한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를 종합적으로 살펴본다면 이 책은 우리가 재난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에 대한 행동의 지침서가 되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을 바라볼 때, 이 책은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로하여금 생각하게 만들고 행동하게 만든다는 것은 책으로서의 가치를 다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