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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 / 윌리엄 셰익스피어

by 밤보우 2024. 7. 8.

<맥베스>를 읽고 - 권력에 대한 욕망과 삶의 의미 우리는 모두 권력을 갖기를 원하며, 때로는 권력을 얻기 위해 자신의 양심마저저버린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가 권력에 무관심하다고 주장하겠지만, 권력의의미를 정치적인 것으로 국한하지 않고 모든 인간관계 속에 내재하는 힘으로 본다면 그러한 반박을 내세울만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권력이란 무엇이며, 우리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기에 사람들이 이토록 권력을 원하는 것인가? 베버에 따르면 권력이란 "사회적 관계 내에서 타인의 의사에 관계없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이다. 힘을 가진다는 것은 인정받는 존재가 된다는것, 지배받기보다는 지배할 수 있는 위치를 점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는 누구나그러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하기에 권력은 모든 이의 욕망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부(富), 명예, 정치권력, 높은 지위 등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가치를획득하면 그러한 힘이 주어진다고 믿으며, 많은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러한 것들을 추구한다. 부정행위를 해서라도 높은 성적을 받고자 하는 학생, 사랑하는사람을 버리고 돈을 택하는 드라마 속의 주인공, 온갖 거짓말과 살인을 해서라도높은 지위를 갖고 싶었던 리플리와 같은 인물들은 우리 안에 내재된 권력에 대한욕망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왕이 되기 위해 살인을 거듭했던 맥베스처럼 권력에 대한 욕구가 때로는 자신의 삶을 파멸로 이끄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는 권력을 가지면 자신의 삶이 좀 더 행복해지고, 살만한 가치가 있는 유의미한 것이 될 거라 믿었기에 많은 도덕적 갈등 속에서도 결국 권력을 향한 욕망을 이기지 못했다. 그러나 최고의 자리인 왕위에 오른 후 그가 느낀 것은 끝없는 불안과 두려움, 인생의 허망함이다. 맥베스와, 그보다 더 강한 권력욕을 보였던 그의 아내는 모두 이러한불안 속에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음을, 모든 것을 바쳤지만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음을 한탄한다. 높은 지위와 권력을 얻은 후 맥베스의 불안과 공허, 그로 인한 삶의 파멸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선 우리는 맥베스의 삶을 통해 인간이 가진 욕망은 결코 채워질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이 갖지 못하고 있던 때에는 그토록 좋아 보이고 아름다워보이던 왕좌와 권력이 막상 그것을 가지고 보니, 불안하고 허망하기만 할뿐이라는 맥베스의 한탄은 우리의 욕망이 가진 속성을 잘 드러낸다. 욕망은 그것을일반부 장려 맥베스 / 윌리엄 셰익스피어 36 이루는 순간 지금까지 그것을 향해 달려왔던 자신이 무색하리만큼 공허한 것으로변해버리고, 또 다른 욕망을 향해 나아가는 속성이 있다. 실제로 우리는 값비싼 물건과 좋은 직장, 멋진 애인을 원하지만 막상 그것을 갖고 나면 '내가 정말 그토록 이것을 원했던가?'라는 생각이 들만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를 경험한다. 이는 곧 부(富), 명예, 높은 지위, 정치권력 등이 갖는 단면적인 특성만을 보고 그것을 맹목적으로 좇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의 모든 것은 완전히좋은 것도 완전히 나쁜 것도 없으며, 그 가치는 변화한다. 이는 맥베스가 왕이 되리라고 예언했던 마녀들이 던진 "아름다운 것은 추한 것이고, 추한 것은 아름답다." 말에서 잘 드러난다. 이는 일견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에서 엿볼 수 있듯이 우리들의 삶 속에서 수없이 확인하게 되는 사실이다. 당장 맥베스만 보아도 처음에는 충신이었지만 나중에는 반역자에 살인자가 되고, 그토록 좋아보이던 왕좌도 결국에는 죽음보다 못한 것이 되지 않았는가. 이러한 점에서 맥베스가 가진 문제점은 그가 가진 권력욕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가 권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맹목적이고 이분법적인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왕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며, 평범한 사람이나 신하라고 해서 나쁜 점만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러한 면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단순하고 이분법적인 사고가 그를 제어할 수 없는 권력욕으로 이끈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불안과 공포, 삶의 파멸로 나타났다. 보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향한 욕망이 결국 삶을 허망한 것으로 만들고 만 것이다. 만약 맥베스가 덩컨왕을 죽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의 삶은 살만한 가치가없는, 무의미한 것으로 전락해버릴 것인가? 아니면 지금까지처럼 충성스런 신하로서, 자기 지역을 잘 다스리는 훌륭한 영주로서 또 다른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인가? 맥베스는 허구의 인물이고 그가 처한 상황 또한 극단적인 경우이지만, 그가 완전히 나쁜 악당이 아니라는 점에서 어쩌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욕망과 갈등을 보여주는 평범한 인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맥베스의 삶은 우리가가진 권력에 대한 욕망이 헛된 것은 아닌지, 스스로 자신이 좇고 있는 가치의 일면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 아닌지를 반성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돈이든 권력이든 그 자체보다 그것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 왜 그것을그토록 원하는 것인지를 생각해 보았다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맥베스는 권력욕이라는 표면적인 욕망에 충실했던 것 같지만, 그러한 욕망 너머에 존재하는 가치와 삶의 목적에 대해서는 충실하지 못했고, 결국 자기 안의 진정한 욕망을 찾는데 실패함으로써 불행을 맞이한 것이 아닐까.